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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688 [공지] 공동 성명서: 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수가 개편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 18.03.30 조회 5301


[공동 성명서] 인지행동치료 건강보험수가 개편안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8년 1월 31일,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상담정신치료 강화를 위한 수가 개편」안에 인지행동치료를 급여 항목에 신설하고, 인지행동치료 제공자를 ‘정신건강의학과 3년차 이상 전공의를 포함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특정 조건에 제한하여 신경과 전문의가 시행해야 한다.’라고 명시하였다.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병원진료를 받을 수 있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 하겠다는 현 정부의 보건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도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은 문재인 케어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거나 오히려 그 취지에 반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에 본 학회는 개편안의 내용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개편안은 현재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전문가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이미 많은 국민들이 심리적인 문제나 대인 관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이외에도 유료 심리치료 상담소를 찾고 있다. 많은 대기업에서는 구성원의 정신건강 유지를 위해 임상심리사 및 상담심리사를 고용하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신이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 꺼리지만, 이처럼 이미 많은 사람이 심리치료 및 상담 서비스를 간절히 원하고 참여하고 있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3,254명으로, 이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적절한 상담 개입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우울증만 보더라도 앓고 있는 국민의 수가 61만명을 넘어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만으로 감당하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정신건강 증진시설(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및 정신재활시설)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고 있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인지행동치료 시행주체에서 빠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민의 정신건강을 오히려 위협할 것이다.

개편안은 국가자격 정신건강 전문인력의 양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2017년에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제12조 2항에서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고유 업무를 심리상담과 심리안정을 위한 서비스 지원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치료감호법) 제44조의 6(치료명령의 집행)의 ②에서는 “치료명령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의 진단과 약물 투여 등 조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가에 의한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실시 등의 방법으로 집행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개편안에는 정신건강의학과 및 신경과 의사들만이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바, 인지행동치료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국가 전문인력의 활동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련 등 장기적인 심리치료 전문인력 양성도 차질이 불가피해져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실제 현장에서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해왔던 많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들을 생각할 때 이는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해당 개편안 시행 이후 장기간의 학업과 수련을 해온 정신건강임상심리사 및 수련생들이 줄줄이 실직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복지법의 시행령에서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자격증 취득 조건으로 630시간의 심리치료 및 인지행동치료를 명시하고 있으나, 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인지행동치료 수련이 불가능해져 우리의 후속세대는 더 이상 국가전문자격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를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정신건강전문인력 수급 및 고급 정신건강전문인력 양성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문가가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할 수 있어야 국민이 산다.
인지행동치료를 국가 단위에서 인증하고 보급하는 대표적인 나라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나라에서는 모두 석사급 이상의 정신건강전문가인 임상심리사 및 상담심리사가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리학 석사 이상의 학위와 3년의 수련을 받아야 하는 엄격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임상심리학회와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자료에 의하면, 현재 보건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 2,200여명과 두 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 한국상담심리학회) 공인 전문가 6,600여명이 있다. 이들은 현재 병원, 정부 및 공공 기관, 교육기관, 기업, 사설상담센터 등에서 심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고, 이미 많은 국민이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올바른 국가의 정신건강 정책이라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에게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인지행동치료를 제대로 훈련 받은 전문 인력에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현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국민들의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며 정신건강 서비스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 명백하다. 이에 OECD 국가 중 우려할 만한 정신건강 지수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 개편안을 강행할 경우 국민 정신 건강의 미래가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
이에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는 현재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의 국가 정신건강전문요원으로 병원 및 요양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의료보험 급여화 후에도 중단 없이 인지행동치료 제공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개편안 수정을 보건복지부에 정중히 요청한다. 

※ 발표 기관 : 한국임상심리학회, (사)한국심리학회, (사)한국상담심리학회